꽃이 내면의 자화상이 되기까지
- 설명
- 작품
‘아름다움의 결정체’인 꽃은 인류 미술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다. 화가들에게 꽃은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와 감정, 그리고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상징이었다. 그래서 미술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위대한 화가들의 작업 속에서 꽃은 언제나 중요한 장면을 차지한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꽃은 한때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특히 튤립이 귀했던 시절, 화가들은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꽃들을 한 화병에 모아 그리곤 했다. 실제로 동시에 피어날 수 없는 꽃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 등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꽃이 시들어버리는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정물화는 삶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는 ‘바니타스(Vanitas, 16~17세기 네덜란드·플랑드르에서 발전한 정물화 장르로 삶의 유한함과 세속적 유희의 허무함을 상징적 오브제로 표현한 작품)’ 회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 옆에는 해골이나 모래시계가 놓이며 아름다움과 죽음이 동시에 이야기되었다.
19세기에 이르면 꽃은 또 다른 방식으로 화가들의 손에 들어온다. 클로드 모네는 자신이 가꾼 정원에서 끝없이 수련을 그렸고, 빈센트 반 고흐는 해바라기 연작을 통해 개인의 열정과 고독 같은 내면의 감정을 폭발시키듯 표현했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모란디에게 꽃병과 꽃은 고요한 명상의 대상이 되었고, 앙리 마티스에게 꽃은 강렬한 색채 실험과 생명력을 발산하는 장이었다.
이렇게 보면 꽃은 단순한 정물의 소재가 아니라 화가가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하나의 언어였다.
그만큼 꽃 그림은 많다. 미술관을 조금만 둘러봐도 꽃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꽃은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단지 꽃의 형태나 빛깔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 때문이다.
김태린 작가의 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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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랑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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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ear-68>
2025 • 원화 • 아크릴, 캔버스, 과슈, 혼합재료 • 90.9x72.7 cm
그의 화폭 속에 피어난 꽃은 특정한 식물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이름이 붙은 꽃이라기보다 작가의 마음속에서 피어난 ‘감정의 꽃’에 가깝다. 화면 위에는 꽃봉오리부터 만개한 꽃, 그리고 고개를 떨군 꽃까지 다양한 꽃들이 등장하며 사랑과 기쁨, 설렘, 아쉬움 같은 감정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렵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 ‘감정의 꽃’은 의외로 매우 직관적이다. 작가가 텍스타일을 전공하며 익힌 도상적 사고와 일러스트 감각은 꽃의 형태를 간결하고 강렬하며 리드미컬하게 정리한다. 그래서 그의 꽃다발은 복잡한 상징 이전에,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하나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김태린의 꽃을 감상할 때는 화병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식물학적인 묘사보다 색과 리듬, 그리고 감정의 움직임 같은 심상(心象)이 두드러지는 그의 꽃은 화병과 함께할 때 비로소 의미가 완성된다. 작가는 꽃을 ‘감정의 이미지’로 사용하고, 그 감정을 담는 그릇을 화병에 비유한다. 꽃이 화병에 담기듯 우리의 감정 또한 마음이라는 그릇 속에 담긴다는 생각에서다.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길어 올리는 김태린 작가는 오늘도 캔버스 위에 정성껏 꽃을 꽂아 나간다. 단순히 예쁜 꽃이 아니라 시들지 않는 마음의 꽃을. 그렇게 완성된 ‘내면의 자화상’은 오래도록 시들지 않는 꽃처럼 누군가의 삶을 축하하고 위로하는 동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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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린 작가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회화 작가를 꿈꾸며 미대에 진학해 텍스타일 디자인 전공을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순수 회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입시 미술 강사로 활동하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제 이름을 건 작업실에서 작가로 데뷔하고 싶다는 꿈을 놓지 않았습니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맞이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과감히 퇴사를 결정한 뒤 제 이름을 건 화실 겸 작업실을 열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회화 전공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텍스타일 디자인 전공이 통해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 텍스타일 전공이 지금의 그림 작업에 영향을 주고 있나요?
학부 시절 전공했던 텍스타일 디자인이 제 성향과 완벽히 맞지는 않아 방황하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경험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제 작품 배경에 등장하는 독특한 패턴이나 일러스트적인 요소들은 텍스타일 전공에서 익힌 감각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결과입니다. 관람객들이 작품에서 섬유 공예적인 디테일을 느낀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그 경험이 저만의 자산이 되 것 같아 뿌듯해요.
꽃은 회화의 고전적인 소재입니다. 그만큼 그리기 쉽기도 하지만 어려운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그럼에도 꽃을 주요 소재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행위가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도 그런 선물을 건네는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꽃이 가장 찬란하게 피어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화면 가득 담아 감상자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리는 꽃은 사람들이 ‘꽃’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탄생합니다.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꽃의 형태를 빌려 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 집중해요. 그래서 제 꽃 그림을 보는 분들은 구체적인 식물의 이름보다는 각자의 감정과 기억을 투영하며 더 쉽게 공감하시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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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ear-85>작품 상세 및 김태린 작가 전시회 풍경
특별히 애착을 갖고 그림에 활용하는 꽃이나 색채가 있는지요?
꽃을 감정의 이미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한 꽃말에 얽매이지는 않습니다. 색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파란색을 사용할 때 차갑고 우울한 느낌보다는 젊음이나 새로운 시작, 깊이 있는 감정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으려 합니다. 저에게 색은 꽃말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입니다.
꽃이 주인공인 그림이지만 화병도 무척 매력적인 존재로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제 작품 속 꽃은 저의 감정, 혹은 ‘나’ 자신을 상징합니다. 꽃이 피어난 감정이라면 화병은 그 감정을 담는 마음의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을 담는 화병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듯, 우리의 마음 또한 감정의 꽃을 담아내는 화병이 됩니다. 다양한 색과 형태로 피어난 꽃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소중한 순간과 감정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는 것이 제 그림의 목적인데, 여기서 화병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그래서 최근 꽃 외에 화병만 집중해 그린 ‘마음담기’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통 회화 기법과 일러스트적인 화법 등이 혼재된 독특한 화풍 또한 그림의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직관적일 것’과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크레파스와 비슷한 질감의 오일 파스텔을 주요 재료로 사용합니다. 여기에 아크릴과 과슈를 함께 사용해 색감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유화의 전통적인 질감과 일러스트의 현대적인 감각이 함께 공존하는 화풍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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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ear-86>
2026 • 원화 • 아크릴, 캔버스, 과슈, 오일 파스텔, 오일 스틱, 모델링 페이스트, 젤스톤 • 72.7x60.6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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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ear-62>
2025 • 원화 • 아크릴, 캔버스, 과슈, 모델링 페이스트 • 73x61 cm
작가님 작품은 분명 처음 보는 것이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도 듭니다. 작품 활동에 영감을 주거나 영향을 준 작가가 있을까요?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를 좋아합니다. 특히 마티스의 강렬한 색채 사용 방식은 제 작업에도 큰 영감을 주었고 작품 배경에 오마주 형태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피카소의 예술적 신념, 특히 ‘누구나 알아볼 수 있어야 진정한 상징이 된다’는 철학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현대 작가 중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 갈리나 먼로, 그리고 김종학 선생님의 작품 세계를 좋아합니다.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꽃은 시들고 다시 피기를 반복합니다. 저는 그 순환이 우리의 삶과 감정의 흐름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은 순간적으로 피어났다가 사라지지만 그 기억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듭니다. 제 작품 속 이름 없는 꽃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피어나듯 관람객들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돌아보며 변화하는 자신을 긍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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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days are coming>
2026 • 원화 • 캔버스, 과슈, 오일 파스텔, 오일 스틱, 모델링 페이스트, 젤스톤 • 45.5x45.5 cm
그림에서 느껴지는 긍정의 에너지 못지 않게 작가님 또한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창작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한 달 평균 세네 점 정도 작업합니다. 다작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영감이 많아 자연스럽게 붓을 들게 됩니다. 일상의 평범한 풍경에서도 계속 영감을 얻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같은 꽃을 그리더라도 늘 새로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진심을 알아봐 주는 대중이 늘어나고 있어서 창작 방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과 전시 일정이 궁금합니다.
현재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전시를 진행 중이며, 3월에는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에 참여합니다. 4월에는 서래마을 갤러리로윤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고, 6월 조형아트서울에서는 중대형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하반기에는 레드엘 갤러리와 삼청동 갤러리 일호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갤러리 일호 전시는 100호 이상의 대작을 포함한 전원 신작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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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
- 작품
‘아름다움의 결정체’인 꽃은 인류 미술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다. 화가들에게 꽃은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와 감정, 그리고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상징이었다. 그래서 미술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위대한 화가들의 작업 속에서 꽃은 언제나 중요한 장면을 차지한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꽃은 한때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특히 튤립이 귀했던 시절, 화가들은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꽃들을 한 화병에 모아 그리곤 했다. 실제로 동시에 피어날 수 없는 꽃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 등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꽃이 시들어버리는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정물화는 삶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는 ‘바니타스(Vanitas, 16~17세기 네덜란드·플랑드르에서 발전한 정물화 장르로 삶의 유한함과 세속적 유희의 허무함을 상징적 오브제로 표현한 작품)’ 회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 옆에는 해골이나 모래시계가 놓이며 아름다움과 죽음이 동시에 이야기되었다.
19세기에 이르면 꽃은 또 다른 방식으로 화가들의 손에 들어온다. 클로드 모네는 자신이 가꾼 정원에서 끝없이 수련을 그렸고, 빈센트 반 고흐는 해바라기 연작을 통해 개인의 열정과 고독 같은 내면의 감정을 폭발시키듯 표현했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모란디에게 꽃병과 꽃은 고요한 명상의 대상이 되었고, 앙리 마티스에게 꽃은 강렬한 색채 실험과 생명력을 발산하는 장이었다.
이렇게 보면 꽃은 단순한 정물의 소재가 아니라 화가가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하나의 언어였다.
그만큼 꽃 그림은 많다. 미술관을 조금만 둘러봐도 꽃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꽃은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단지 꽃의 형태나 빛깔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 때문이다.
김태린 작가의 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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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랑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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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ear-68>
2025 • 원화 • 아크릴, 캔버스, 과슈, 혼합재료 • 90.9x72.7 cm
그의 화폭 속에 피어난 꽃은 특정한 식물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이름이 붙은 꽃이라기보다 작가의 마음속에서 피어난 ‘감정의 꽃’에 가깝다. 화면 위에는 꽃봉오리부터 만개한 꽃, 그리고 고개를 떨군 꽃까지 다양한 꽃들이 등장하며 사랑과 기쁨, 설렘, 아쉬움 같은 감정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렵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 ‘감정의 꽃’은 의외로 매우 직관적이다. 작가가 텍스타일을 전공하며 익힌 도상적 사고와 일러스트 감각은 꽃의 형태를 간결하고 강렬하며 리드미컬하게 정리한다. 그래서 그의 꽃다발은 복잡한 상징 이전에,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하나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김태린의 꽃을 감상할 때는 화병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식물학적인 묘사보다 색과 리듬, 그리고 감정의 움직임 같은 심상(心象)이 두드러지는 그의 꽃은 화병과 함께할 때 비로소 의미가 완성된다. 작가는 꽃을 ‘감정의 이미지’로 사용하고, 그 감정을 담는 그릇을 화병에 비유한다. 꽃이 화병에 담기듯 우리의 감정 또한 마음이라는 그릇 속에 담긴다는 생각에서다.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길어 올리는 김태린 작가는 오늘도 캔버스 위에 정성껏 꽃을 꽂아 나간다. 단순히 예쁜 꽃이 아니라 시들지 않는 마음의 꽃을. 그렇게 완성된 ‘내면의 자화상’은 오래도록 시들지 않는 꽃처럼 누군가의 삶을 축하하고 위로하는 동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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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린 작가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회화 작가를 꿈꾸며 미대에 진학해 텍스타일 디자인 전공을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순수 회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입시 미술 강사로 활동하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제 이름을 건 작업실에서 작가로 데뷔하고 싶다는 꿈을 놓지 않았습니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맞이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과감히 퇴사를 결정한 뒤 제 이름을 건 화실 겸 작업실을 열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회화 전공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텍스타일 디자인 전공이 통해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 텍스타일 전공이 지금의 그림 작업에 영향을 주고 있나요?
학부 시절 전공했던 텍스타일 디자인이 제 성향과 완벽히 맞지는 않아 방황하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경험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제 작품 배경에 등장하는 독특한 패턴이나 일러스트적인 요소들은 텍스타일 전공에서 익힌 감각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결과입니다. 관람객들이 작품에서 섬유 공예적인 디테일을 느낀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그 경험이 저만의 자산이 되 것 같아 뿌듯해요.
꽃은 회화의 고전적인 소재입니다. 그만큼 그리기 쉽기도 하지만 어려운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그럼에도 꽃을 주요 소재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행위가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도 그런 선물을 건네는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꽃이 가장 찬란하게 피어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화면 가득 담아 감상자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리는 꽃은 사람들이 ‘꽃’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탄생합니다.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꽃의 형태를 빌려 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 집중해요. 그래서 제 꽃 그림을 보는 분들은 구체적인 식물의 이름보다는 각자의 감정과 기억을 투영하며 더 쉽게 공감하시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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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ear-85>작품 상세 및 김태린 작가 전시회 풍경
특별히 애착을 갖고 그림에 활용하는 꽃이나 색채가 있는지요?
꽃을 감정의 이미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한 꽃말에 얽매이지는 않습니다. 색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파란색을 사용할 때 차갑고 우울한 느낌보다는 젊음이나 새로운 시작, 깊이 있는 감정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으려 합니다. 저에게 색은 꽃말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입니다.
꽃이 주인공인 그림이지만 화병도 무척 매력적인 존재로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제 작품 속 꽃은 저의 감정, 혹은 ‘나’ 자신을 상징합니다. 꽃이 피어난 감정이라면 화병은 그 감정을 담는 마음의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을 담는 화병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듯, 우리의 마음 또한 감정의 꽃을 담아내는 화병이 됩니다. 다양한 색과 형태로 피어난 꽃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소중한 순간과 감정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는 것이 제 그림의 목적인데, 여기서 화병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그래서 최근 꽃 외에 화병만 집중해 그린 ‘마음담기’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통 회화 기법과 일러스트적인 화법 등이 혼재된 독특한 화풍 또한 그림의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직관적일 것’과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크레파스와 비슷한 질감의 오일 파스텔을 주요 재료로 사용합니다. 여기에 아크릴과 과슈를 함께 사용해 색감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유화의 전통적인 질감과 일러스트의 현대적인 감각이 함께 공존하는 화풍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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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ear-86>
2026 • 원화 • 아크릴, 캔버스, 과슈, 오일 파스텔, 오일 스틱, 모델링 페이스트, 젤스톤 • 72.7x60.6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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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ear-62>
2025 • 원화 • 아크릴, 캔버스, 과슈, 모델링 페이스트 • 73x61 cm
작가님 작품은 분명 처음 보는 것이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도 듭니다. 작품 활동에 영감을 주거나 영향을 준 작가가 있을까요?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를 좋아합니다. 특히 마티스의 강렬한 색채 사용 방식은 제 작업에도 큰 영감을 주었고 작품 배경에 오마주 형태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피카소의 예술적 신념, 특히 ‘누구나 알아볼 수 있어야 진정한 상징이 된다’는 철학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현대 작가 중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 갈리나 먼로, 그리고 김종학 선생님의 작품 세계를 좋아합니다.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꽃은 시들고 다시 피기를 반복합니다. 저는 그 순환이 우리의 삶과 감정의 흐름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은 순간적으로 피어났다가 사라지지만 그 기억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듭니다. 제 작품 속 이름 없는 꽃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피어나듯 관람객들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돌아보며 변화하는 자신을 긍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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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days are coming>
2026 • 원화 • 캔버스, 과슈, 오일 파스텔, 오일 스틱, 모델링 페이스트, 젤스톤 • 45.5x45.5 cm
그림에서 느껴지는 긍정의 에너지 못지 않게 작가님 또한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창작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한 달 평균 세네 점 정도 작업합니다. 다작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영감이 많아 자연스럽게 붓을 들게 됩니다. 일상의 평범한 풍경에서도 계속 영감을 얻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같은 꽃을 그리더라도 늘 새로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진심을 알아봐 주는 대중이 늘어나고 있어서 창작 방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과 전시 일정이 궁금합니다.
현재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전시를 진행 중이며, 3월에는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에 참여합니다. 4월에는 서래마을 갤러리로윤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고, 6월 조형아트서울에서는 중대형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하반기에는 레드엘 갤러리와 삼청동 갤러리 일호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갤러리 일호 전시는 100호 이상의 대작을 포함한 전원 신작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