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으로 고통을 다루는 법 - 씩씩 작가
- 설명
- 작품
씩씩의 작품을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둥글둥글한 캐릭터와 밝은 색감, 어디선가 본 듯한 친근한 표정. 작품은 빠르게 관객의 경계를 무장해제시킨다. 그러나 이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귀여움의 뒤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씁쓸함이, 경쾌함 아래에는 묵직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씩씩(최범식)은 스스로를 “비관적이지만 낙관적인 태도를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모순적인 자기 규정은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는 삶을 쉽게 긍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다만 그 고통을 대하는 방식만큼은 끝까지 유머와 위트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대표 캐릭터 ‘밴지’는 이러한 태도의 집약체다. 밴지는 어둡고 낮은 곳에서 출발한 존재이지만, 결코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과장된 눈망울과 붉은 코, 단순한 표정 속에는 욕망과 불안, 그리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생의 의지가 함께 담겨 있다. 밴지는 고통을 제거하려는 캐릭터가 아니라, 고통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태도를 상징한다.
씩씩의 작업이 흥미로운 지점은,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미화하거나 극복의 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열등감, 불안, 권태와 같은 감정들을 그대로 꺼내어 캐릭터의 형태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겁게 설교하기보다, 농담처럼 건넨다. 불쾌한, 불안한 현실을 향해 던지는 유쾌한 한 마디처럼.
그래서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위로를 강요하지도, 해석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남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각자의 거리에서 머물 수 있도록 열어두는 태도 역시 씩씩 작업의 중요한 일부다.
최근 씩씩은 밴지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반복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를 캐릭터와 서사로 한층 심도 있게 풀어내려는 시도다. 아울러 순수 예술과 상업, 마니아와 대중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작업 형식도 모색 중이다.
비관을 출발점으로 삼되, 끝내 낙관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씩씩의 작업은 조용히 묻는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
See other editorials
- 설명
- 작품
씩씩의 작품을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둥글둥글한 캐릭터와 밝은 색감, 어디선가 본 듯한 친근한 표정. 작품은 빠르게 관객의 경계를 무장해제시킨다. 그러나 이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귀여움의 뒤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씁쓸함이, 경쾌함 아래에는 묵직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씩씩(최범식)은 스스로를 “비관적이지만 낙관적인 태도를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모순적인 자기 규정은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는 삶을 쉽게 긍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다만 그 고통을 대하는 방식만큼은 끝까지 유머와 위트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대표 캐릭터 ‘밴지’는 이러한 태도의 집약체다. 밴지는 어둡고 낮은 곳에서 출발한 존재이지만, 결코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과장된 눈망울과 붉은 코, 단순한 표정 속에는 욕망과 불안, 그리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생의 의지가 함께 담겨 있다. 밴지는 고통을 제거하려는 캐릭터가 아니라, 고통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태도를 상징한다.
씩씩의 작업이 흥미로운 지점은,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미화하거나 극복의 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열등감, 불안, 권태와 같은 감정들을 그대로 꺼내어 캐릭터의 형태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겁게 설교하기보다, 농담처럼 건넨다. 불쾌한, 불안한 현실을 향해 던지는 유쾌한 한 마디처럼.
그래서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위로를 강요하지도, 해석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남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각자의 거리에서 머물 수 있도록 열어두는 태도 역시 씩씩 작업의 중요한 일부다.
최근 씩씩은 밴지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반복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를 캐릭터와 서사로 한층 심도 있게 풀어내려는 시도다. 아울러 순수 예술과 상업, 마니아와 대중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작업 형식도 모색 중이다.
비관을 출발점으로 삼되, 끝내 낙관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씩씩의 작업은 조용히 묻는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