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유화 첫 작품인 이 작은 3호의 그림은 구상은 하루, 완성은 일년이 걸렸습니다. 단순한 연습용 그림으로 시작했지만 연구하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계속하면서 나는 어떠한 작가이고 무엇을 추구하는가, 어떠한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싶은가에 대한 확고하고 정리된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이 그림은 지금이 아니라 몇년 후, 같은 구도와 색의 「저녁 II」, 그리고 구도만 같은 「새벽」. 이렇게 총 3개가 되어야 완성되는 시리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025년의 저는 이 그림의 제목을 원래 계획했던 오렌지 튤립 밭이 아니라, ‘저녁 I’. 그 다른 무엇도 안 되고, 꼭 ‘저녁 I’이라고만 이름을 붙이고 싶은, 슬픔, 우울함과 머뭇거림, 그리고 소량의 희망이 담겨있는 나의 저녁이라고 붙였습니다. 미래의 제가 그릴 나머지 두 그림은 어떤 감정을 담고 있을까요? :) 고된 일상이지만 그 그림들을 그릴 수 있을 날이 올 때까지 계속 열심히 살아볼 생각입니다.
김은율저녁 I